자산배분 전략들을 하나씩 공부하면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볼까 고민하다가 영구 포트폴리오(Permanent Portfolio)를 골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조가 굉장히 단순한데, 자산배분을 왜 하는지 생각해보기에는 꽤 좋은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입니다.
장기 국채 25%
금 25%
현금(단기 국채) 25%
처음 이 비중을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이상했습니다.
"주식을 겨우 25%만 가지고 있다고?"
게다가 금이 25%, 현금도 25%입니다.
주식 투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수익률이 너무 낮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미래를 맞히지 않는 포트폴리오
영구 포트폴리오는 미국의 투자 작가 해리 브라운(Harry Browne)이 제안한 자산배분 전략입니다.
이 전략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건 25%라는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산을 나눠두자.
금리가 내려갈 것 같다고 채권에 몰아서 투자하거나, 주식시장이 계속 좋을 것 같다고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는 방식과는 방향이 다릅니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경제 환경을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합니다.
결국 한 가지 미래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와도 포트폴리오 안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산 하나쯤은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식은 왜 25%밖에 없을까?
제가 가장 먼저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높은데 굳이 25%밖에 넣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서 영구 포트폴리오가 추구하는 목표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포트폴리오는 S&P500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주식은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시기에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신 주식이 크게 무너지는 시기가 오면 나머지 75%가 존재합니다.
이게 주식 100% 포트폴리오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장기채권은 안전자산일까?
영구 포트폴리오의 두 번째 자산은 장기 미국 국채입니다.
여기서 장기채를 그냥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애매합니다.
장기채권은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크게 올라갈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 상당한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기채의 역할을 안전하게 돈을 보관하는 자산보다는 디플레이션과 큰 폭의 금리 하락에 대비하는 자산으로 이해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금이 25%나 필요한 이유
사실 영구 포트폴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주식 25%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게 금 25%였습니다.
보통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도 금을 넣기는 하지만 25%면 상당히 큰 비중입니다.
금은 주식처럼 기업이 성장해서 이익을 만들어내는 자산도 아니고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도 아닙니다.
그런데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다른 자산과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거나 화폐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환경에서 금을 보유하는 이유가 생깁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현금 25%
그리고 마지막은 현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일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전체 투자금의 25%를 현금으로 들고 있으면 상승장에서는 당연히 수익률에 불리합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현금은 돈을 그냥 통장에 넣어놓는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원래 영구 포트폴리오에서는 미국 단기 국채(T-Bill)처럼 유동성과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 현금의 역할이 보입니다.
리밸런싱할 때 가격이 많이 내려간 자산을 살 수 있는 자금이 됩니다.
평소에는 가장 심심한 자산인데 위기가 오면 오히려 선택권을 만들어주는 자산인 셈입니다.
결국 네 자산의 역할은 이렇게 나뉜다
| 자산 | 비중 | 주로 기대하는 환경 | 역할 |
|---|---|---|---|
| 주식 | 25% | 경제 성장 | 수익 창출 |
| 장기 국채 | 25% | 디플레이션·금리 하락 | 침체 방어 |
| 금 | 25% | 인플레이션 | 화폐가치 하락 방어 |
| 현금·단기채 | 25% | 침체·긴축 | 안정성·유동성 |
그래서 실제 성과는 어땠을까?
아무리 논리가 그럴듯해도 결국 투자에서는 실제 성과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장기간의 미국 자산 데이터를 이용한 백테스트 중 하나를 보면, 1972년부터 2025년 11월 말까지 영구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복리수익률(CAGR)은 약 8.49%로 계산됩니다.
같은 자료에서 최대 월간 기준 낙폭은 약 -13.19%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더 눈여겨보는 것은 8%대의 수익률보다 낙폭입니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애초에 주식시장을 이기려고 만든 전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신,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줄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 백테스트 결과는 사용한 지수, ETF, 데이터 시작 시점, 리밸런싱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수치는 미국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장기 백테스트 사례이며 미래 수익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
영구 포트폴리오라고 해서 매년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재미있는 시기가 2022년입니다.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주식과 장기채권이 동시에 좋지 않았습니다.
ETF를 이용해 영구 포트폴리오를 추적한 한 자료에서는 2022년 연간 수익률이 -12.53%로 나타납니다.
이후에는 다시 회복했습니다.
| 연도 | 수익률 |
|---|---|
| 2020 | +16.10% |
| 2021 | +4.21% |
| 2022 | -12.53% |
| 2023 | +11.55% |
| 2024 | +11.90% |
| 2025 | +22.29% |
2022년을 보면 자산배분도 만능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평소와 달라지거나, 여러 자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시기에는 영구 포트폴리오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내가 영구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투자할까?
여기까지 공부하고 나서 든 생각은 "좋은 포트폴리오지만 그대로 따라 하고 싶지는 않다"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주식 25%와 현금 25%입니다.
투자 기간이 길고 어느 정도 변동성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주식 비중을 조금 더 가져가고 싶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큰 손실을 견디기 어려운 투자자에게는 영구 포트폴리오의 구조가 상당히 매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25:25:25:25를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주식이 무너질 때 무엇이 나를 지켜주는가?
인플레이션이 오면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예상이 완전히 틀렸을 때도 버틸 수 있는가?
영구 포트폴리오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는 점에서 자산배분을 공부할 때 한 번쯤 꼭 살펴볼 만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식만 투자해왔던 사람이라면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을 찾는 것'과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공부와 기록을 목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과거 수익률은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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